
16일간 유럽 여행의 첫 출발지인 로마에서 하룻밤 묵고, 여러 나라를 되돌아 본 뒤 다시 로마로 돌아와 두 번째로 맞는 아침이다. 우리는 로마를 방문하기 전에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아름다운 카프리 섬을 먼저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차를 타고 나폴리로 가고 나폴리에서 배를 타고 카프리 섬으로 가기 위해 테르미니 역으로 향했습니다. 어젯밤 우리 호스텔인 로열 산티나(Royal Santina)에 왔을 때 어두운 어둠 속에서 혼자 밝은 빛을 내고 있던 흰색의 긴 건물이 테르미니역이다. 불행히도 아침에 보이는 테르미니역은 어젯밤 어둠 속에서 깊은 인상을 준 거대한 하얀 건물의 위용은 느껴지지 않았다. 로마의 중앙 기차역인 테르미니역은 주변의 파스텔 톤의 고풍스러운 건물과는 다른 유리와 강철로 만들어진 옆으로 길게 뻗은 흰색의 거대한 직사각형 모던한 건물입니다. 현재 역은 1942년 무솔리니의 주도하에 낡은 역을 철거하고 새로 건설이 시작되었지만 무솔리니가 이끄는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부가 붕괴되어 잠시 중단되어 1950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역에 들어가자마자 우리는 서둘러 환전소를 방문했다. 역 안에 3개의 환전소가 있다는데 정확한 위치를 모르기 때문에 오르막을 내려 내려 바쁘게 달려가야 했다. 지하식품점에서는 전철로 먹는 간단한 요기 거리도 샀다. 테르미니역 안에 들어서면 기둥이 하나도 없는 사실에 놀라게 되지만 첫 해외여행이기 때문에 나폴리를 거쳐 카프리섬에 가서 로마로 돌아와야 한다는 조바심에 테르미니역은 제대로 두드려 볼 수도 없었다. 다만 꽤 규모가 크고 시설이 좋았다는 만큼 기억에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데 한 줄 가운데 누군가가 발음이 시간을 미니 같지 않을까 한다. 여행의 초기이기 때문에, 아직 서로 동경하고 있던 마음이 이 가벼운 농담으로 사루르 녹았다. 이것을 계기로 우리는 기억하기 어려운 지명을 어떻게 하면 쉽게 기억할지 열심히 고안하기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테르미니역(Stazione di Roma Termini) 자체가 종착역(terminal station)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오르세 미술관도 파리의 종착역이었던 건물이며, 오르세 미술관의 전시 작품은 인상파의 종착역이라고는 할 수 없는가. 그러고 보니 제 첫 유럽 여행은 종착역과 관련 깊은 여행이었던 것 같다. 내 종착역은 과연 어떤 곳일까?
기차와 역이 먼저 기억하는 영화는 데이비드 린 감독의 <밀회(Brief Encounter, 1945)>와 빅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종착역(Terminal Station, 1953)>이다. 두 영화 모두 고전적인 흑백영화이며 철도역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가 서로 끌려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결국 이별을 선택하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즉 <종착역>은 동생을 만나기 위해 이탈리아에 온 미국 여성 유부녀와 이탈리아의 젊은 지식인과의 짧은 만남을, <밀회>는 중산층의 평범한 주부와 가정이 있는 의사가 매주 목요일마다 역 근처의 커피숍에서 밀회하지만 결국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이별을 선택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종착역>은 보다 격정적이고 감성적인 반면 <밀회>는 절제된 이성으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영화 자체에서는 <종착역>보다는 <밀회>가 섬세한 감정을 더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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